
지역 : 대한민국
출전 : <천예록(天倪錄)>
두억시니의 경우 이미 한 번 다루긴 했지만 그때 다룬 건 어떤 성격이고 야차와 뭔가 관련이 있으며 문헌자료가 몇몇 야담을 빼면 거의 없다는 설명일 뿐 등장하는 이야기를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옵션에서라도 <천예록(天倪錄)>에 실려 있는 두억시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설명하고자 합니다.
두억시니에 대한 설명이 알고 싶은 분들은 해당 항목을 참고하시고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관원의 집에 경사가 있어 큰 잔치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부인들은 음식을 나르며 손님을 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열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더벅머리 남자아이가 대청 근처에 서 있었습니다.
손님들을 접대 하야하는데 어디서 끼어들어온 손놈이 길막을 하고 있어 부인들이 불편해하자 한 여자 손님이 여종을 불러 그 아이를 타일러 내보내려고 했지만 그 아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여종이 누구 집 종이냐고 물어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라 무시한 건지 도발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답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누구 집 종인지 손님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어느 누구도 그 아이를 데려온 사람이 없었고 아이에게 물어봐도 NO대답 NO움직임 이었습니다. 화가 난 주인이 종들을 시켜 끌어내려고 했지만 건장한 종이 잡아끌어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고 굵은 밧줄로 수십명의 장정이 끌어당겨도 마치 태산을 움직이는 듯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소년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챌 법도 한데 사태 파악을 못한 양반은 힘센 무인 5,6명을 시켜 큰 몽둥이로 때리게 하였습니다. 큰 몽둥이로 소년을 내려칠 때마다 벽력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그 아이가 사람이 아님을 알고

(늦어!)
놀라고 두려워하며 그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며 빌자 그제야 빙긋이 비웃고는 대문을 나서더니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더욱더 놀라고 무서워진 사람들은 잔치를 파하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다음날 잔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서운 전염병이 퍼졌는데 아이에게 심하게 굴었던 사람들이 먼저 죽었는데 모두 머리가 깨져있었고 잔치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차례로 죽어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두억신(頭抑神)이라 부르나 어디에 근거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상당히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로 평화로운 양반집 잔치에 들어와 인간들의 힘을 시험해본 뒤 결국 자신에게 굴복하고 절을 하자 비웃고는 결국 전부 죽여 버리는 그의 행보는 해학적이고 유쾌한 도깨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전염병이라고 했지만 머리가 박살나 버린 것과 때려죽이는 걸 좋아하는 두억시니의 성격을 생각하며 차례차례 때려죽인 것으로 추측됩니다.(<천예록>의 기록자가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어나가서 전염병이라고 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박살나는 전염병은 들어본 적이 없다. 두억시니의 성격까지 고려한다면 아마 때려죽인 것이 맞을 것이다.) 두억시니의 한자표기는 두억신(頭抑神)으로 뜻을 해석하자면 머리를 누르는 귀신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역시 병이 아니라 때려 부수던가 눌러 터뜨린 것으로 해석하는데 힘이 실립니다.
이 이야기에서만 보면 큰 몽둥이로 때려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정도의 강철 같은 몸빵에 장정 수십 명이 달려들어 잡아당겨도 끌려가지 않는 괴력을 가지고 있으며 갑자기 모습을 사라지게 하는 조화를 부리는 등 강력한 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웹툰 <신의 언어>에 두억시니가 등장하며 현제는 몸빵 기믹과 에너지를 먹어치운다는 설정이 등장했는데 괴력 기믹도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 중입니다.
P.S. 대처법과 가상현실에서 사용법은 두억시니를 다룰 때 다루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P.S.2. <천예록>에 실린 두억시니 이야기의 전문을 보고싶으신 분은 역사관심님의 포스팅을 참고 바랍니다.
덧글
한편으로는 너무 우리 전래의 요괴들을 무시하는 건 아닌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남산에서 행색과 얼굴이 기괴한 남자가 내려와 이상한 춤을 추면서 괴상한 소리를 하더라.
그리고 이항복의 집에가서 이리 말하길.
-난 두억시니인데, 천제의 명을 받고 왔노니, 조만간 남쪽에서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니, 그것을 대비하라 알려주려왔다- 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출전을 알 수 있을까요?
도서관 비치자료를 조사하다가 봤습니다.
조선야사집 이었던가? 야사를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이항복에게 왜란을 경고한 두억시니- 이야기가 있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귀신'이라는 책에도 저런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걸로 기억하고요.
(한국의 귀신은 각종 귀신,설화를 모아놓은 야담집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현대에 출간되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