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의 진위에 대한 고찰 옵션

[1997년 <전설의 고향> 구미호편에 나오는 한 장면]
2013년 06월 06일 구미호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면서 한, 중, 일 3국의 구미호를 비교해보았고 한국의 구미호는 인간과 결혼하여 10년 동안 들키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논문을 쓰고 국문과 대학원에서 5년 정도 연구를 하면서 많은 설화를 접하였지만 그런 설화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원문이 있는 글만 올리는 양반이 그런 왜 그런 불확실한 정보를 올렸냐고 따지셔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제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변명을 하자면 그 내용은 1986년 08월 02일과 1997년 07월 12일 방영된 <전설의 고향> 구미호편 에서 본 내용이며 많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 다른 사람들도 <전설의 고향>에서 접하였다고 하니 구미호가 인간과 결혼하여 10년을 버티면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의 근원은 <전설의 고향>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전 세계의 요괴나 귀신, 괴물이야기를 수집하다보니 이 구미호 이야기와 서사구조가 완벽하게 동일한 이야기를 발견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는 일본의 설녀(雪女)전설이었습니다.

먼저 <전설의 고향>에 나온 구미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한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어머니가 얼음을 띄운 콩국이 먹고 싶다고 하여 금성산 깊은 여우골에 고드름을 찾으러 갔습니다.
(1986년도 판에서는 추운 겨울날 산딸기를 먹고 싶다고 하여 산딸기를 구하러 가는 내용입니다.(출처 - <동아일보>))
하지만 처음 가보던 산골짜기에서 큰비까지 만나 길을 잃고 헤매다 다 쓰러져가는 큰 암자를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천년 묵은 구미호가 약초꾼들의 간을 빼먹는 것을 보게 됩니다. 구미호는 남자가 어머니께 드릴 얼음을 가지러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효성이 극진하여 한번만 살려줄 태니 자신을 봤다는 말을 평생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는 말 것이고 만약 약속을 안 지키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고는 살려주었습니다.
목숨을 건지고 돌아오는 남자는 자신의 집 근처 나무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하는데 그녀는 가문에 일이 생겨 갈 곳을 잃은 몸이라고 했습니다. 갈 곳이 없는 여인을 불쌍히 여긴 남자는 그녀를 거두어 아내로 맞이하여 살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은 지극 정성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을 내조를 잘하여 남편도 열심히 일하여 자식까지 낳고 잘 살았습니다. 아름다우며 효성까지 지극한 여인을 마을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어느 비오는 날 밤 남편은 10년 전 지금처럼 비가 오는 날 무서운 경험을 하였다며 아내에게 구미호를 본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장면이 전설의 고향 최고의 클라이맥스 였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바로 그 구미호며 10년만 비밀을 지켜주었으면 사람이 되었으며 바로 내일이면 10년이 되는 날이라며 남자를 원망하며 약속을 어긴 남자를 죽여야 하지만 그동안 쌓인 정과 아이 때문에 살려주겠다고 하고 떠났고 영원히 남자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코이즈미 야쿠모가 도쿄부 니시타마군 쵸후마을(현제의 오메시)에서 체록한 설녀 전설입니다.

무사시노쿠니(武蔵の国)의 어느 마을에 늙은 모사쿠(茂作)와 젊은 미노키치(巳之吉)라는 두명의 나무꾼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공의 배를 타고 강 건너 숲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두 사람은 나무를 해서 돌아오던 길에 폭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눈보라를 뚫고 나루터까지 왔지만 사공은 배를 강 건너에 매놓고 어디론가 가고 없었습니다. 너무 추운 날이라 헤엄을 쳐서 건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공의 오두막에서 눈보라를 피하고 추위를 녹이려고 했습니다. 두 나무꾼은 잠들었는데 니모키치는 자신의 얼굴에 차가운 눈이 뿌려져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러자 오두막의 문이 열려있고 눈처럼 온몸이 하얀 여인이 모사쿠위에 허리를 구부리고 하얗게 빛나는 연기 같은 숨을 뿜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이번에는 미노키치위에서 몸을 구부렸습니다.
[미즈키 시게루 거리에 있는 설녀의 조각상으로 아마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인은 한참 미노키치를 바라보더니 돌연 미소를 지으며 미도키치도 모사쿠와 마찬가지로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아직 너무 젊고 귀여워서 동정이 가니 이번만은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되며 이야기 할 경우 죽여 버리겠다고 하고는 오두막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미노키치는 벌떡 일어나 밖을 보지만 이미 여성의 모습은 없어진 후였습니다. 미노치키는 열린 문을 닫은 뒤 잠결에 꿈을 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모사쿠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었고 어둠속에서 더듬거리며 모사쿠의 얼굴을 만져보았지만 모사쿠는 이미 얼음처럼 차갑게 되어 죽어있었습니다.
새벽이 되어 눈이 멎자 사공은 오두막으로 달려왔습니다. 사공이 왔을 때 미노키치는 얼어 죽은 모사쿠 옆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습니다. 사공의 간호로 미노키치는 겨우 의식을 되찾았지만 그날 밤의 추위와 공포 때문에 병에 걸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고 겨우 기운을 되찾은 뒤에는 다시 강 건너 숲으로 혼자 나무를 하러가게 되었습니다.
이듬해 겨울 어느날 저녁 미노키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아름다운 아가씨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설녀의 우키요에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하얀 옷을 입지 않은 것을 봐서 인간으로 둔갑한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오유키(お雪)로 부모님을 근래에 모두 여의고 연고가 있는 에도(도쿄의 옛 이름)에 가서 하녀라도 해서 먹고 살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미노키치는 아가씨에게 매력을 느끼고 약혼한 사람이 있는가 묻자 오유키는 웃으면서 그런 분은 아직 없다고 하면서 반대로 여자가 미노키치에게 얼굴을 붉히며 혹시 부인이나 약혼한 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건 그린라트라고 생각했으며 정말로 약혼자도 부인도 없는 동정 미노키치는 그런 사람 없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했으며 둘은 의기투합하여 금방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미노키치는 자신의 집에서 좀 쉬었다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고 오유키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뒤를 따라왔습니다. 미노키치의 어머니도 오유키가 마음에 쏙 들어 여자 혼자 몸으로 에도까지 가는 것은 힘드니 좀 연기하고 자신의 집에서 푹 쉬고 가라고 설득했습니다. 오유키는 그 집에서 머물기로 했고 얼마 후 두 남녀는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오유키는 더할 데 없는 완벽한 신부로 5년쯤 지나, 미노키치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도 오유키에게 수없이 칭찬과 고맙다는 말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부사이에는 10남매의 자녀가 태어났는데 아들딸도 하나같이 피부가 하얀 미소년에 미소녀였습니다.
[자식들도 전부 이쁘고 본인도 늙지도 않는 설녀의 우월함!]
그리고 오유키는 10명이나 되는 자식을 낳아서 키우면서도 마을에 처음 왔을 때와 다름없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어서 마을사람들은 오두 입이 마르도록 오유키를 칭찬하였습니다.
어느 날 밤 미노키치는 요우키에서 자신이 그날 밤 오두막에서 본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남편의 말을 들은 오유키는 미노키치 위에서 몸을 구부리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그것이 자신이었다면서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날에는 죽일 거라고 했지만 자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죽이지 않겠다며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 하얀 안개로 변하여 굴뚝으로 빠져나갔고 두 번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굴뚝을 통해 하늘로 날아가는 설녀의 모습]

밤에 야외에서 인외적(人外的)인 존재를 만난 것, 그 상대가 여성이었으며 목숨을 해치지 않고 살려주었다는 것, 절대로 자신을 본 것을 누구에게도 하지 말라고 약속을 한 것, 남자를 살려준 존재가 인간의 모습으로 남자를 찾아와 결혼 한 것, 참한 아내였다는 것, 남자가 비밀을 어겼다는 것, 자식과 정 때문에 남자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남자를 떠났다는 것 까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부분이 공통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은 과거부터 교류가 많았으니 비슷한 설화가 한 둘 있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설녀 전설은 해당 지역에 <설녀의 땅>이라는 비석이 있을 정도로 그 출처가 명확하다.]  
하지만 설화의 출처가 정확하며 같은 지역에 흡사한 전설의 기록이 발견되어 이론상 상당한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설녀의 전설에 비해서 구미호의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말고는 아무런 자료가 없어서 출처가 상당히 의심되긴 합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전설의 고향>은 마지막에 ‘이 이야기는 ~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교훈을 주고 있습니다.’라는 맨트가 있어서 그 이야기의 출처를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직접 구미호편을 찾아서 보았는데 이야기의 출처는 나오지 않고 ‘우리 내 전설 속에 살아있는 구미호라는 천년 묵은 여우는 언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상상속의 동물이 아닐 런지.’ 라는 교훈만을 남기고 끝나버립니다.
평소에는 어디 전설인지 잘 이야기 해주면서 레전드 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에는 왜 출처를 밝히지 않았을 까요? 물론 이 이야기가 전국에 퍼져있는 광포설화라면 구체적인 지역을 말하기 힘드니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구비문학대계>와 <임석재구전설화전집>을 전부 뒤져본 제가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금성산의 전설을 찾아봤지만 구미호 전설을 없고 ‘금성산 정상에 묘를 쓰면 부자가 되지만 인근 마을에는 석 달간 지독한 가뭄이 든다.’라는 전설만이 발견되었습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절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 이야기는 일본의 설녀 전설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확실한 증거가 있는 설녀 전설과는 달리 구미호 전설은 확실한 증가가 전혀 없습니다. 이를 근거로 저는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편은 일본의 설녀 전설을 기반으로 각색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금천자 전설>이나 <여우 자매 이야기>등 인간과 구미호가 결혼하는 이야기도 없지는 않긴 하지만 <전설의 고향>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제가 모든 설화를 하는 것은 아니니 전설의 고향에 있는 구미호 전설과 동일한 이야기도 있을 수 있으니 혹시 원전과 출처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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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리라쨩 2017/08/30 11:47 # 답글

    저 10년의 텀을 둔 설녀 이야기는 스토리는 놀랍게도 그 원조에 대한 연구가 꽤 진행된 바가 있습니다.설녀 자체야 뭐 무로마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소기 대사라고, 무로마치 시대의 렌카 작가가 남긴 글에 설녀를 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저 10년의 이야기는 고이즈미 야쿠모(小泉八雲)라고, 일본으로 귀화한 19세기 그리스 출신 신문기자가 당시에 "무사시노쿠니(현재의 도카이도)에 살던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기록을 남긴 내용이 저 스토리와 완전히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 원조의 원조를 타고 올라가는 연구가 이뤄진 바 있는데, 그 결과 당시 도쿄의 한 지역(현재의 오우메시)에 전해지는 전설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이 당시까지만 해도 매년 폭설이 내리는 기후라서 이야기와의 연계도 높구요. 현재 그래서 2002년에는 그 지역에 설녀 전설에 대한 비석까지 세워졌다고...

    아마 전설의 고향 작가가 설녀 전설을 차용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 이선생 2017/08/30 12:13 #

    네 저도 고이즈미 야쿠모의 글로 이 설화를 접하고 전설의 고향과 비슷하여 조사해보니 이러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제 의견도 설녀전설을 차용한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의 구미호설화도 쓸만한 것이 많은데 왜 일본설화를 차용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ARIES 2017/08/31 09:34 # 답글

    (* ̄ . ̄)a
    그럴 수 있겠네요.
    옛날판 전설의 고향을 못봐서 그런 내용의 구미호이야기가 있는 지 몰랐는데 이제 알았네요.^^
  • 이선생 2017/08/31 11:33 #

    저 이야기가 10년의 텀을 두고 한 번 더 방송할 정도로 특히 레전드편이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긴했죠.
    우리나라의 구미호 이야기에도 가슴아픈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가 많은데 왜 그걸 쓰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 123 2017/09/08 07:29 # 삭제 답글

    가명으로 유키를 쓰다니 전혀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네요.
  • 이선생 2017/09/08 11:04 #

    네ㅋㅋㅋㅋ아주 당당한 여인이죠ㅋㅋㅋㅋ나무꾼을 잘도 속아넘어갔지만요.
  • 장리하 2018/01/08 18:18 # 답글

    설녀 엄청 좋아했는데, 여기서 보게 되니 감흥이 새롭네여
  • 이선생 2018/01/08 21:23 #

    설녀라는 것이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운 존재긴 하죠ㅎㅎ
  • 신라의 에일리언 2020/05/07 12:41 # 삭제 답글

    지금 와서 설녀를 찾아보니............ 대중매체중 귀혼과 머털도사 2의 몹으로서 설녀가 나오는데, 이쪽은 한복입고 나와서 갸웃하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두 게임이 2000년대 초에 출시된 점에서 혹시 일본쪽 전승이 우리쪽에 토착화된 거 아닌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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