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상식]세계의 다양한 사후세계 #PART6 (한국편) 옵션

사람이 죽어 망자가 되면 저승에서 10명들의 시왕들로부터 49일에 걸쳐 일곱 번의 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사후세계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전 이미 저승의 10대시왕들에 대한 내용을 이미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의 사후세계에 대한 것은 그냥 생략할까 생각도 했지만 한국 신화의 독특한 점 때문에 따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의 경우에는 등장하는 신들이 정해져 있으며 그 신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일화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즉 여러 신들이 한 거대한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무속신화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독립적이며 서로의 연결점이 없다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신화는 사후세계 역시 어떤 신의 이야기를 다루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 한국의 사후세계와 저승사자
출전 : 한국의 민간전승, 절의 벽화
한국의 사후세계하면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이 저승사차(혹은 저승차사)입니다. 저승차사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존재며 일반적으로는 저승사자의 대장인 강림도령과 일직차사 해원맥, 월직차사 이덕춘 이렇게 3인1조로 행동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망자를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한 명부와 붓을 가지고 다닌다고 하며 주로 검은 옷에 갓을 쓴 선비와도 같은 모습으로 흔히들 알고 있지만 이는 후대에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망자가 순순히 따라나선다면 얌전히 저승으로 인도하기만 하면 되지만 삶에 미련을 가진 망자의 경우 저승사자에게 덤벼들거나 달아날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에는 실력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갑옷과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말을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옷의 색깔 역시 노란색이나 붉은색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유입으로 변형된 무속신앙에서는 감재사자(監齋使者)와 직부사자(直府使者)라는 2인1조의 팀을 이루고 있으며 감재사자가 망자의 죽음을 살피고 다스리는 역할을 하며, 직부사자는 저승의 명을 망자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알리고 명복을 빌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거나 잡아가는 일도 하고 있으며 장군과 같은 모습에 말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저승사자들이 말과 함께 그려지는 까닭은 세월의 빠름을 상징하거나 또는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이끄는 역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18세기, 19세기 한국의 사찰에 그들이 모습이 그려지고 모셔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얼마 남지 않고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또 사직사자도(四直使者圖)에는 4인1조의 저승사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들은 시직(時直), 일직(日直), 월직(月直), 연직(年直)을 각각 맡은 사자들입니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지탱하는 것으로 사주(事主 : 生 · 年 · 月 · 日 · 時)를 꼽는데 사직사자가 이러한 사주를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칠성신앙으로 본 한국의 사후세계
출전 : 한국의 민간전승
[고구려 무용총에 그려진 북두칠성의 모습]
북두찰성은 불교가 유입되기 이전의 더욱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신앙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도 도교, 밀교, 유교, 점성술에서 매우 중요시 여기었다고 합니다. 무속에서는 칠성님이라고 부르며 북두칠성을 섬겼는데 그 신앙이 한국의 저승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르신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하며, 하늘에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큰 별이 졌다’고 하면서 누군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저 별 중에 우리~도 있겠지?’하면서 죽은 사람을 회상하는 것이 모두 칠성신앙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하늘에는 전부 자신의 별이 하나씩 있으며 그 별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죽는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하늘에게 계시는 생명과 시간, 순환을 주관하는 칠성님이 있는 칠선님전 으로 돌아가 하늘이 별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그 관을 덮는 판을 칠성판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북두칠성이 그려진 관뚜껑의 모습]
그리고 별이 떨어지는 건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신의 별이 죽은 사람을 모시러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셨습니다.
즉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별이 내려와 그 사람을 칠성님의 계신 칠성전으로 데려가고 그곳에 간 사람은 하늘의 별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칠성님이 생명과 시간, 순환을 주관하시기 때문에 명이 짧은 사람이나 아픈 사람은 칠성님께 긴 실을 바치며 이 실처럼 길고 끊어지지 않는 새 생명이 돋아나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저의 상상이긴 한데 그 사람을 데리러 지상으로 내려온 별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칠성님이 주관하는 것에 순환이 있기도 하며, 죽은 것이 돌아가는 것이라면 먼저 내려와야 하는 것이 순서에 맞겠지요.

3. <천예록>에 나타나는 한국의 사후세계
출전 : <천예록>
<천에록>은 조선시대에 쓰인 야담집 중 하나로 여기 실린 이야기 중에서 저승에서 보낸 옥졸의 실수로 잘못 잡혀왔다가 이왕 저승에 온 김에 저승을 구경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나타나는 저승의 감옥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로 지옥(地獄)이 아니라 지옥(之獄)으로 ‘~을 한 자가 가는 감옥’이라는 뜻입니다.

감치불목지옥(勘治不睦之獄) : 화목치 않은 이를 다스리는 감옥으로 생전에 형제와 벗에게 공손하기는커녕 사이가 나쁘며 천륜을 무시하고 오직 재물만을 탐내는 자가 이곳에 간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벽돌로 만든 긴 통에 탄불이 가득하고, 그 위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곳입니다. 죄인을 불러 통 주변에 꿇어앉게 한 뒤 불속에서 달군 철꼬챙이로 죄인은 눈을 찔러댄 뒤 마른 물고기처럼 거꾸로 매달아버린다고 합니다.

감치조언지옥(勘治造言之獄) : 말을 날조한 자를 다스리는 감옥으로 거짓된 이야기들을 꾸며내 골육지친이 이별하고, 벗들도 서로 사이가 벌어지게 하는 자가 이곳에 간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몇 길쯤 되는 철기둥이 있고 그 아래에 커다란 돌이 놓여있습니다. 죄인을 불러다가 기둥 아래에 꿇어앉히고는 예리한 칼로 혀를 뚫어 쇠 끈에 꿰어 기둥에 매다는데 땅에서 한자 남짓 떨어뜨린 뒤 다리에 커다란 돌을 매달기 때문에 죄인은 혀가 한자 남짓 뽑히고 눈알이 모두 튀어나와 큰 고통을 받는다고 합니다.

감치기세지옥(勘治欺世之獄) : 세상을 속인 자를 다스리는 감옥으로 겉으로는 청렴한 척 하면서 뇌물을 받거나 백성을 고혈을 빨아먹은 자들이 이곳에 간다고 합니다. 생김새가 흉악하기 그지없는 야차들이 철끈으로 죄인들을 꼼짝 못하게 묶습니다. 그러면 굶주린 귀신들이 8~9명 정도가 다가와 칼로 죄인의 살점을 배어내 쇠솥 안에 넣고 삶아서 씹어 먹는다고 합니다. 살점을 다 먹으면 다음에는 골마저 파먹어버리는데 다 먹고 나면 갈대바람이 불어 죄인을의 몸은 원상복구 됩니다. 하지만 이번 쇠로 된 뱀과 구리로 된 개가 죄인들의 피와 골수를 빨아먹어 죄인들의 절규소리가 땅을 뒤흔들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구경한 뒤 안내해주던 귀졸들이 이것저것 다 둘러 볼 필요 없이 곧장 극락을 본 뒤 구경을 끝내자고 하며 남자를 극락으로 데려갑니다.

회진관(會眞觀) : 인간 세상에 있을 때 법행을 잘 지켜 한마음으로 부처를 믿고, 팔고십뇌(八苦十惱)를 벗어나 극락에 오른자들이 오는 곳으로 상서로운 구름이 뿌옇게 덮여 있고 연무가 가늘게 뿌리고 있다고 합니다. 수백명의 스님이 백옥의 불자를 들고 있거나, 푸른 연꽃을 잡고 있거나 가부좌를 틀고 있거나. 금강경(金剛經)이나 열반경(涅槃經)등을 외고 있는데 모두가 보살대사(菩薩大師)들이었습니다.

이곳을 끝으로 남자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갔으며 이승은 이미 3일이나 지난 후였다고 합니다.

4. 바리데기 신화 나타나는 한국의 사후세계
출전 : <바리데기> 서울지역 본

바리데기가 저승에 갔을 때는 저승시왕도 저승사자도 없는 원초의 저승이었으며 오직 지장보살과 아미타불이 저승의 앞에서 바둑을 두며 관리하는 것처럼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을 지나면 12지옥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몇몇 언급되는 지옥의 이름이 칼산지옥, 불산지옥, 한빙지옥, 구렁지옥, 혼암(昏暗)지옥, 팔만사천지옥 이라고 하는데 칼산지옥이나, 한빙지옥, 구렁지옥, 혼암지옥 같은 10시왕들의 저승과 흡사한 지옥들이 보이며 불산지옥이나 팔만사천지옥같은 생소한 지옥도 있는 것을 봐서 이 12지옥들이 나중에 저승에 10명의 시왕들이 생기면서 10대 지옥으로 정리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12지옥을 다 지나면 하늘에 닿을 정도로 쇠성이 있으며 그 곳에서는 수많은 죄인들의 비명과 탄식소리가 육칠월의 개구리소리 같았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고통 받는 죄인들은 바리가 저승의 입구에서 아미타불에게 받은 꽃을 흔들어 쇠성은 무너져 평지가 되고 그곳에 갇혀있는 죄인들을 모두 풀어주고 그 넋을 구제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쇠성을 무너뜨린 바리는 마침네 무장승이 지키고 있는 약수삼천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다시 돌아갈 때 저승으로 망자를 어떻게 데려가는지 보게 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갈치산 불치고개, 대세지 고개를 넘자 앞으로는 황천강 뒤로는 유사강인데 피바다에 배들이 줄줄 떠있다.
“연꽃이 사방에 받쳐있고 거북이 받들고 청룡, 황룡이 끌고 오는 배는 어떤 배입니까?”
“그 배는 망자가 세상에 있을 적에 다리 놓아 만인 공덕, 절을 지어 중생 공덕, 옷을 벗어 시주하고 배고픈 사람 밥을 주어 부엌 공덕으로 만인 시주하고, 극락세계 연화대로 소원 성취하러 가는 배로소이다.”
“그 뒤에 오는 저 배, 풍류 속에 화기와 웃음이 만발하여 맑은 기운 띤 배는 어떤 배 입니까?”
“그 배는 망자가 세상에 있을 적에 나라에 충신이고 부모에 효자이며 동기간 우애 있고, 일가에 화목하며 선심으로 평생을 산 뒤 진오기 굿과 사십구재 백일제 확실히 받아 왕생천도하여 가는 보로소이다.”
“그 뒤에 오는 저 배, 활 든 이, 창 든 이, 머리 풀어 산발하고 옷도 벗고 결박하고 울음 속에 악한 기운 가득하여 오는 배는 어떤 배입니까?”
“그 배는 망자가 세상에 있을 적에 나라에 역적이요 부모에 불효하고 동기간에 우애 없고, 이웃과 불화하며 남의 음해 잘하고 억지 흥정하고 이간질하여 싸움 붙이기, 사람 죽이기와 짐승 살생 많이 한 죄로 화탕지옥, 칼산지옥으로 가는 배로소이다.”
“저기 돌 위에 얹혀서 불도 끄고 달도 없고 임자 없이 얹혀있는 배는 어떤 배 입니까?”
“그 배는 자식 없는 귀신과 해산 길에 죽은 망자가 서낭제 사십구재와 진오기 새남굿도 못 받아서 길을 잃고서 임자 없이 얹혀있는 배로소이다.”

이처럼 망자를 배에 실어 저승으로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생전의 망자의 행실에 따라 어떤 배를 타고 가는지가 달라지며, 선인의 배가 극락세계 연화대로 간다고 언급되어 천국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훗날 바리데기 공주가 저승으로 망자를 인도하는 신이 되며 저승에서 저승차사를 도입한 이유는 마지막 배를 타고 오는 길을 잃은 망자들을 구원하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서울지역의 바리데기공주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바리데기공주의 서사무가는 전국에 100편이상의 다른 유형들이 존재하며 그 이야기들에 나오는 지옥 또한 모두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5. 무가 <죽음의 말>에 나오는 한국의 사후세계
출전 : <죽음의 말>
<죽음의 말>은 굉장히 특이한 무가로 사람이 죽은 뒤에 혼령이 저승으로 가면서 겪게 되는 일에 대해 그 내막을 자세히 전하는 신가(神歌)로 한국판 <사자의 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죽음의 말>에는 불교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데 불교경전이나 나른 무가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내용까지 담겨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이름도 달라지고 성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름은 영가(靈駕)가 되고 성은 귀부(鬼簿)가 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명이 다하게 되면 저승지부왕이 그 사람에게 저승삼차사를 보내는데 이들은 일직사자, 월직사자, 강림도령입니다. 저승사자가 망자의 집으로 가면 망자의 조상신과 성주신, 지신이 나서서 망자를 잡아가지 말라고 애걸하지만 저승사자들은 봐주는 것 없이 망자를 잡아간다고 합니다. 삼차사들이 망자에게 달려들어 머리에는 천상옥, 이마에 벼락옥, 눈에 안경옥을 단단히 걸어놓고 입에 하무 물리고 귀에 쇠를 채어놓으면 망자의 명이 끊어져 혼이 육신을 떠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망자가 저승에 도착하면 지부왕이 망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그 질문은 아들, 딸, 며느리, 아내가 다 있는가?, 선왕재를 하였는가?, 어느 절에서 (선왕재를)하였는가?, 선왕재에서 바친 음식을 어떤 신이 드셨으며 집례(의식을 집행하는 것)을 어떤 신이 하였는지를 모구 물어본다고 합니다.
질문을 마친 지부왕은 망자에게 사흘의 말미를 줄 것이니 천금 새남과 만금 수륙재(水陸齋)를 받아먹고 돌아오면 저승시왕에게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망자가 굿을 받아먹으려고 나올 때 잡신이 뒤를 따라올 수 있으니 진언을 외어 잡신을 쫓고, 산신을 만나 두건을 벗어 소원을 빌고, 길신을 만나 백지를 내어 소원을 빌면서 나오면 된다고 합니다. 망자는 눈이 어둡고, 다리도 아프고 무거운데, 자손들이 천금 새남을 정성으로 잘하면 어둡던 눈이 밝아오고, 아프던 다리도 가벼워지며 시왕극락으로 가게 된다고 합니다.

[시왕극락은 불교의 천도와 비슷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시왕극락이란 극락의 한 종류로 이 극락의 이름인 시왕은 저승의 10대 시왕이 맞으며 이 시왕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한 적이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시왕극락은 극락세계지만 처음부터 극락세계로 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부왕이 공덕을 높게 사서 사흘의 말미를 주어 들어갈 수 있게 해준 극락이기 때문에 쾌락을 누릴 수 있으며 불로 불사의 몸이긴 하지만 일정기간 쾌락을 누린 뒤 다시 인간계로 환생당하는 하는 곳입니다. 즉 천계에서 쾌락을 누리 무병장수 할 수 있지만 결국은 죽어 다시 육도윤회의 고리를 돌아야 하는 불교의 천도(天道)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왕으로 가기 위해서는 소불옥산, 대물옥산, 울어 넘던 청산 싫어 넘던 청산과 성림들 광림들을 지나고 돌다리 삼천삼백쉰여덟 간과 나무다리 삼천삼백쉰여덟 간을 건너자 예전에 못 보던 길이  세 갈래로 벌려 있습니다. 망자가 시왕 가는 길을 알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며 방황하고 있으면 ‘승아바라미’라는 스님이 백팔염주를 목에 걸고 금주령을 짚고 나타나 망자에게 왜 그러고 있냐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망자가 시왕 가는 길을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거라고 말하면 스님은 망자의 공이 많은지 적은지 물어 본 뒤 오른쪽 큰길은 지옥 가는 길이며 왼쪽 작은 길이 시왕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극락으로 가는 길이 작은 길인 이유는 옛날에는 악인이 적고 성현이 많아서 하루에 시왕으로 천명이 가서 대로가 되었지만 지금은 인심이 사나워서 지옥을 하루에 천명이 가고 시왕에는 천명 중 한명정도가 가기 때문에 지옥 가는 길이 대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이 점점 나빠져 간다고 생각한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옥길로 가게 될 경우 철퇴로 박석을 깔고 철망으로 다리를 놓아 그 다리를 건너가면 다리가 무너져 떨어지는데 다리 아래로 떨어지면 악귀가 달려들어 물어다가 구천 지옥에 내던져서 배가 고프면 동철을 먹이고, 목이 마르면 쇳물을 녹여 먹인다고 합니다.
망자가 작은 길로 가면 석가세주님이 맞이하여 망자를 연화대로 환생을 시켜 극락의 주민으로 만들어 줍니다. 극락으로 들어가는 길 앞에는 나무 하가나 서 있는데 천 길 만 길 높은 나무에 가지가지 잎이 피어나서 사이사이 틈틈마다 여러 부처님이 팔만 제자 중생을 거느리고 앉아있다고 합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저승 일천성현목(一千聖賢木)으로 열두 뿌리는 일 년 열두달을 이른 것이고, 서른 가지는 한 달 서른 날을 이른 것이며, 잎은 삼백육십이니 일년 삼백육십일을 이른 것이라고 합니다. 동서남북 가지마다 나란히 앉아계신 부처님들은 동쪽은 금광여래, 남쪽은 문수보살, 서쪽은 백운여래, 북쪽은 정광여래시며, 가운데는 대천관음지장보살 문수여래라고 합니다.
이곳에 공양을 올리면 부처님들은 망자의 정성을 갸륵하게 여겨 시왕으로 인도할 극락지를 내어놓고 구천필로 적어주며,
“이곳을 찾아가라. 이곳은 서천서역국이요 극락초문이라 하는 곳이다. 하늘 이름은 상계조왕이고 땅의 이름은 노사나불이다.”
라고 말한 뒤 천관(千官) 만 지장(地藏)과 오만 문수여래를 다 적어주며 사천왕이 문을 열어줄 것이니 잊지 말고 찾아가라고 합니다. 망자가 극락지를 받아 꽃구경을 하며 걷는데 이 꽃은 노동화, 설부화, 소동화라고 하면 노동화는 노인이 죽은 꽃이고, 설부화는 젊은이 죽은 꽃, 소동화는 아이 죽은 꽃 이라고 합니다. 꽃구경을 하다보면 강이 하나 있는데 그 강의 이름은 유사강이라고 하며 백선주라는 사공이 계수나무로 배를 만들어 삼승 돛을 달고 청포 장막을 둘러치고 화초병풍을 넓게 치고 망자를 모시러 나와 있다고 합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넌 뒤 옥경대에 올라가면 시왕문 앞에 당도하게 되는데 그 문은 다정문이라고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시왕으로 형형색색의 꽃들과 맑은 호수 아름다운 건물들이 구경하는 것만 해도 즐거우며 여러 부처님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쪽에는 일출의 경계가 보이며 남쪽에는 대봉(大鳳)이 날아가는데 푸른 물결이 오색으로 둘러 있고, 서쪽에는 약수삼천리 해당화가 붉은 곳에 청조 한 쌍이 날아들며 북쪽에는 진국명산 만장봉이 푸른 하늘을 등지고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망자에게는 약사바다 갈린 땅에 집을 지어주는데 기와는 황금이며 문은 백옥, 주추는 호박, 기둥은 밀화며 발은 수정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각종 다양한 보석과 보물로 집을 지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망자에게는 동자 한 쌍과 팔선녀가 시중을 드는데 그들이 주는 술은 불로초 불사약과 장생약 백도화에 홍류 백포를 곁들인 것이며 안주 역시 가지가지 귀한 안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향기로운 풍악소리 까지 더해지는 낙원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인간으로 환생해야 하는데 사천왕님과 열시왕님, 지장보살, 문수보살, 억만 미륵아미타불과 여러 왕 여러 부처님이 옥황전에 말씀을 올려 어디에 환생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평가를 하고 이를 들은 옥황상제가 망자를 불러 들여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환생시킨다고 합니다.

6. <허웅애기본풀이>에 나타나는 한국의 사후세계
출전 : <허웅애기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에 따르면 먼 옛날에는 이승와 저승이 완전히 단절된 세계는 아니었습니다. 저승에 간 허웅애기가 이승에 남은 자식들이 걱정되어 울자 그 모습을 불쌍히 여긴 시왕은 허웅애기가 밤에는 이승을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낮이 되면 저승으로 돌아오도록 법령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허웅애기는 밤이면 이승으로 돌아와 자식들을 돌봐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이 보니까 그 집의 어머니가 죽었는데도 아이들이 머리를 곱게 잘 따고 지내고 있어서 이를 이상히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동내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접근하여 누가 머리를 땋아주었는지 물어보았고 아이들을 솔직하게 죽은 어머니가 해준 거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오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고 아이가 알려주자 허웅애기의 집 문 앞에 가시가 많은 들딸기나무를 가득 쌓아두어 사람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가시 울타리 때문에 허웅애기는 시간을 지켜 저승에 올라갈 수 없었고 허웅애기가 시간을 어긴 것을 괘씸히 여긴 저승왕은 차사를 보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가보니 집에 가시나무를 쌓아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기에 차사는 지붕으로 올라가 지붕에서 허옹애기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아 저승으로 데려가자 잡 안에 있던 허웅애기가 아주 죽어버렸습니다.
그 시절에는 귀신을 부르면 산사람이 대답하고, 산사람이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여 이 세상에 누가 산사람이고, 누가 귀신인지 몰랐는데 이때부터 이승과 저승이 완전히 단절되고 귀신들이 말을 못하게 해버렸다고 합니다.

7. <차사본풀이>에 나타나는 한국의 사후세계
출전 : <차사본풀이>
<차사본풀이>는 과약각시의 항의 때문에 강림도령이 저승에 염라대왕을 잡으러 가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일흔여덟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이 갈림길을 모두 알아야지만 저승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강림도령의 경우는 문전할아버지(집의 앞문을 지키는 가택신)가 길을 알려주어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저승에 갈 때도 동심결(同心結) 불삽운삽(黻翣 雲翣-널조각에 긴자루가 달린 상여 앞뒤로 세우고 가는 제구)를 증표로 가지고 있어야 다시 이승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강림이 저승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헹기못에 이르게 되는데 연못가에는 저승에 못간 망자들이 배고픔에 괴로워하고 있다가 강림이 지나가자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강림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강림이 떡을 잘게 찢어 사방에 뿌려버리자 배가 고픈 귀신들은 떡을 주워 먹는대 정신이 팔렸고 그때 행기못으로 뛰어들어 무사히 저승으로 가게됩니다.
저승에 간 강림은 염라대왕을 제압하여 이승에 찾아와줄 것을 약속받고 이승으로 인도해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백강아지와 떡을 세 개주며 강아지에게 떡을 조금씩 주어 달래면서 따라가면 이승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강림은 무사히 이승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사람이 죽으면 떡을 겨드랑이에 끼우는데 그 이유가 망자가 저승에서 운 좋게 백강아지를 만나면 강아지에게 떡을 주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얀개가 이승과 저승의 안내자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것이 한국의 무속신앙, 민간전승, 야담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후세계의 모습입니다. 한국의 무속신앙은 다른 종교까지 쉽게 수용하여 습합되는 특징이 있는데 특히 불교는 서로 분리가 힘들 정도로 합쳐진 상황이다 보니 불교적인 색체가 나타나는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저승차사라는 한국신화 고유의 요소가 남아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칠성신앙은 불교가 유입되기 이전의 별자리 신앙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상당히 많은 사후세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긴 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며 오늘 설명하지 못한 한국의 사후세계는 다음에 마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P.S. 칠성신앙에 대해서 잘 알려주신 이해경만신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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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봉래거북 2018/07/13 15:36 # 삭제 답글

    글 첫머리에 살아있는 우리신화 개정판에 실린 죽음의 말도 실리겠군 싶었는데 역시나 실렸네요...
    개인적으로 죽음의 말에서 묘사되는 시왕극락은 지옥과는 별개로 염라대왕이 다스린다는 불교의 천상세계 야마천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또한 무불습합의 한 일면이지 않나 싶네요.

    칠성과 사후에 관한 신앙에 대한 분명한 구전자료는 처음 듣는 거 같아서 한국구비문학대계 쪽 검색해보니 짤막하게나마 비슷한 얘기는 있었네요.(소리주의 http://yoksa.aks.ac.kr/jsp/ur/TextView.jsp?ur10no=tsu_1051&ur20no=Q_1051_2_N_005&keywords=%20%EC%B9%A0%EC%84%B1) 보통은 칠성풀이의 신화소 얘기 아님 불교 도교 등이랑 뒤섞여 정리된 자료가 많아서...

    저런 짧지만 소중한 구전들이 무속인들 사이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각종 위서에 뒤섞여 사라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전에 불교용품점에 책 사러 갔다가 무속경문을 보는데 근래 나온 무속경문들 중에 각종 신흥종교들의 주문이나 그것들을 개조한 주문들을 실어놓고 이를 전통적인 물건인 것마냥 써놓은 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 이선생 2018/07/13 21:16 #

    네 살아있는 우리신화가 스승님의 책인데 굉장히 독특하여 넣어보았습니다.

    칠성신앙은 알고계신 만신님으로부터 들은 내용입니다. 확실히 무속인들 사이에서 정리되지 않고 사라지는 이야기는 정말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도움을 주신 이해경만신님은 스승님과 지인이기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서 주문이나 경문을 이상하게 개조한 그런 것은 아니니 안심 하시길....
  • 존다리안 2018/07/13 21:50 # 답글

    북두칠성 신앙은 뭔가 더 연구해야 할 소재 같기도 합니다.
  • 이선생 2018/07/14 12:46 #

    네 북두칠성을 비롯한 소멸위기에 처한 수많은 민간전승은 연구와 지킬 가치가 있습니다.
  • ARIES 2018/07/14 00:22 # 답글

    드디어 한국편을 하셨네요.^^
    바리데기를 보니 다음 웹툰의 바리데기가 생각나네요.
  • 이선생 2018/07/14 13:23 #

    시왕설명과 겹치는 것이 많을 것 같아서 안하려다 한건데 하고나니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나왔습니다.
  • 2018/07/14 17:3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egane 2018/07/18 23:49 # 답글

    오호... 저승사자의 이미지가 후대의 이미지였다는 거 처음 알았습니다.
    의외로 굉장히 군사적인 느낌이 강한 거에 비해서 저승사자는 문관을 우대했던 시대를 반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선생 2018/07/19 16:49 #

    그렇다기보다는 정말 근대라고 할 수 있는 <전설의 고향>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단가옥탄 2018/07/23 22:36 # 삭제 답글

    이선생님 블로그 글이 최근에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군요! 항상 좋은 지식의 보고 잘 보고 있습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군요 ^~^!
  • 이선생 2018/07/24 19:11 #

    요즘 취업준비로 조금 포스팅이 늦어지고는 있지만 전 아마 죽기 전까지 포스팅을 계속 할겁니다.
  • 2018/08/20 17:4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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