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화의 세계 종말의 날 옵션

[<페이트/제로>의 에누마엘리쉬 연출로 하늘과 땅이 무너진다는 점이 비슷하여 대신 사용하였습니다.]

신화나 종교에서는 세계가 멸망하는 날이 존재한다. <성경>의 요한묵시룩에 나오는 최후의 날이 있으며 북유럽신화에서는 모든 것이 불타버리는 라그나로크가 있고, 불교에서는 56억년 뒤에 미륵의시대가 와서 세상에 사는 모는 생명체들이 해탈해버려 세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좋은 의미의 종말의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종교나 신앙을 막론하고 종말론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위 그림은 성경에서 종말 할 때 나타난다는 묵시록의 4기수]

그런데 손진태 선생님의 <조선설화집>에는 한국의 무속신화의 세계의 멸망시대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창세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세상에는 하늘과 땅이 맞붙어 있는 혼돈의 세계였는데 거신 도수문장이 나타나 하늘과 땅을 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종말의 날에는 이 창세 신화의 혼돈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젠가는 세계의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그때는 새빨갛고 커다란 태양이 떠오르면서 하늘과 땅이 다시 맞붙어 맷돌처럼 되어 회전하게 됩니다.
[새빨갛고 커다란 태양...그거 블랙홀 아니냐?]
그렇게 되면 지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멸망해버리고 그 후 새로운 인간과 생물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학설은 하늘과 땅이 맷돌처럼 되어 회전할 때 착한 사람은 맷돌 구멍 사이에서 살아남아 다시금 인류를 번식한 것이라고 합니다.
[즉 세상의 종말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순환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맞붙어 맷돌처럼 되어 세상의 모든 것을 갈아버린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라그나로크처럼 모든 것이 멸망한 뒤에도 다시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타나 종말은 완전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나라의 신화에서 최초의 세상이 혼돈이라는 점은 자주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종말의 날에 다시 혼돈의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잘 없는 반면 한국 신화에서는 하늘과 땅이 다시 맞붙는다고 합니다. 즉 혼돈의 세상으로 돌아간 다음 다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수문장을 믿는 사람들의 신앙 중에 도수문장을 천지왕 보다 더 높이 우러르며 그가 돌아오는 날 세상에 낙원이 펼쳐질 것이라 말하는 자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상이 다시 혼돈의 공간이 되어버리며 모든 생명체가 죽어 버리고 착한 사람들만 맷독 구멍 사이에서 살아남아 있을 때 도수문장이 돌아와 다시 하늘과 땅을 갈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존재인데 무신도가 한장도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위 그림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국신화의 반고]




덧글

  • 데스나이트 2019/04/12 01:37 # 답글

    우주의 종말 이론 중 빅 크런치/빅 프리즈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무속인들의 예언능력이...? 특히나 종말 이후 원 상태로 돌아가 재시작한다는 것에서 빅뱅 상태로 돌아간다는 설을 보면 빅 크런치가 생각납니다.

    창세신들이 참 수수께끼의 존재이지만 이걸 보니 도수문장은 더욱 그렇네요.
    티아마트마냥 죽은 것도 아니고...하필 이 때가 찾아올 때까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 엄청난 존재가 페이트의 멀린마냥 어디선가 보고 있는 걸까요? 근데 그건 좀 무섭네요.
  • 이선생 2019/04/12 09:07 #

    빅뱅 이론을 알고 만든건 아니겠지만 비슷한 것이 정말 절묘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수문장은 그야 말로 비밀에 쌓여있는 존재긴 합니다. 그래도 그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존재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흠좀무 2019/04/12 17:39 # 삭제 답글

    한국 신화가 진짜 알면 알수록 재밌고 규모도 커지는거같네요
  • 흠좀무 2019/04/12 17:40 # 삭제

    근데 그리스로마나 북유럽신화처럼 뭔가 잘 정돈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 이선생 2019/04/12 23:06 #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신화는 많은 신들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식이라면 한국신화는 신들 각각의 무수한 이야기의 집합체다보니 그런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유럽신화에서는 A와 B신이 동시에 활약할 수 있는반면 한국 신화에서는 A신에 대한 내용시 나올때는 B신은 카메오 정도의 비중이라 서로 연결성이 부족해 지는것이죠.
  • 2019/04/12 18: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4/12 23: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존다리안 2019/04/12 22:49 # 답글

    혼돈의 바다로 돌아간다....라...
    https://namu.wiki/w/로드%20오브%20나이트메어
    이 자와 무슨 관련일까요?
  • 이선생 2019/04/12 23:08 #

    한국 신화의 세게 종말은 기가슬레이브인건가요?ㅎㅎㅎ
  • ㄷㄷㄷ 2019/04/13 10:22 # 삭제 답글

    땅과 하늘이 맡붙는다라... 조선을 배경으로 한 만화에서 니온 말인데 여기에서 파생된 말이였네요
  • Yeee 2019/04/13 10:23 # 삭제

    아 맞붙는다입니다
  • 이선생 2019/04/14 00:37 #

    여기서 파생되었을 수도 있고, 우연의 일치로 발상이 겹쳤을 수도 있지요ㅎㅎ
  • 2019/04/14 01:2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선생 2019/04/14 08:35 #

    네 당연히 알고있습니다.
    근시일 내에 각종 고전문학 항목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 미초 2019/07/27 10:47 # 삭제 답글

    순환적 세계관은 환생을 떠오르게 하네요.
    환생역시 순환적 세계관의 일부인걸까요?
  • 이선생 2019/07/27 11:51 #

    환생도 하나의 영혼이 계속해서 순환하는건 순환적 세계관 이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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